박서보 화백(단색화 거장) 별세, 박서보 화가 작품

박서보 화백 별세, 한국 단색화의 거장 - 2023년 10월 14일 영면에 들었습니다.

요즘 들어 부쩍 슬픈 소식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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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백 박서보 님 근황 소식

향년 92세, 그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2기 판정 소식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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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고인은 ‘작업에 전념하며 더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작가는 최근까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왔으며 지난 9월 열린 프리즈 서울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지난 6월 박서보 화백이 자택이자 작업실인 서울 연희동 ‘기지’의 정원을 배경으로 앉아있습니다.

 

 

옆에 쌓여있는 50여 권의 일기는 치열하게 살아온 화가의 흔적이 담긴 보물이자 한국 현대미술사의 소중한 기록이다 1931년에 태어난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과 단색화 분야의 대표 작가입니다.

 

2. 박서보 화백, 주요 이력

- 한국 단색화 발전 이끈 거장

- 연필로 선 긋는 묘법 통해 한국 추상미술 발전 이끌다

- 폐암 투병에도 작업에 매진

- 영국 미국 등 세계적으로 전시

- 홍콩 경매서 35억 원 기록

- 폐암 투병 끝에 92세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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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국내 추상 미술 운동을 이끌었고, 1960년대부터는 끊임없이 한 가지 색으로 선을 긋는 ‘묘법(Ecriture No. 6-67)’ 시리즈를 제작하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는 생전 “다섯 살 둘째 아들이 형의 국어 공책을 펼쳐 두고 글씨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묘법을 만들었다”며 “종이가 구겨지는 등 제 맘대로 쓸 수 없으니 짜증 내면서 죽죽 그러버리는 체념의 몸짓을 흉내 내 보고 싶었다”라고 작품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청년 박서보는 1950년대 중반, 정부 주도 국전을 거부하고 반기를 들었습니다.

 

“홍대 다닐 때, 김환기 선생 권유로 국전에 출품한 적이 있었는데, 극소수 작품 빼고는 전부 한 사람이 그린 것같이 보이더라. 분기탱천한 20대라 한탄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지나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세대로서 어떻게 그림이 저렇게 저항 정신이 없을 수 있냐고.” 1956년 서울 명동 동방문화회관에서 4인 전을 열고, 반(反)국전 선언문을 전시장 문 앞에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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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선언 후에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작업의 방향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됐다”며 “큰소리치고 나면 책임을 지려고 더 세차게 노력하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3. 박서보 화백, 어떤 삶을 살았는가?

박서보는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굴곡 많은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통과해 온 화가입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의 암흑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충북 음성 출신 공무원으로 어린 시절을 경기도 안성에서 보냈습니다.

 

1950년 홍익대 동양화과에 2기로 입학했으나, 자유와 낭만이 넘치는 대학 생활은 석 달 보름 만에 6·25 전쟁으로 일단락됐습니다.

 

 

미술대학 재학생이란 이유로 인민군에 끌려가 선무공작대에 분류되어 징집된 그는 연극 무대미술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전쟁통에 전시학교가 있는 부산 홍익대 회화과에서는 동양화과 교수가 사라졌고, 그런 이유로 1952년 서양화과로 전과를 한 직후 수화(樹話) 김환기(1913-1976) 선생과 설초(雪蕉) 이종우(1899-1981) 선생이 마침 그해 홍대에 왔습니다.

 

김환기는 그의 롤모델이었습니다.

 

비싼 캔버스를 살 수 없어 미군이 내다 버린 전투식량인 ‘레이션 박스(Ration Box)’를 주워다 빨간 베레를 쓴 자화상을 그린 걸 보고, 김환기는 “이걸 처음 그렸다고? 이 사람, 천재네. 이제 대가네, 대가!”라고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대학 재학 중에는 생활고로 독한 됫병 소주와 일명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면서도 중국음식점에서 점심시간에 초상화를 그리며 돈을 벌어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1955년 가을에는 스승 김환기의 권유로 출품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입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그는 특유의 외향적 기질로 화가들의 ‘기지’ 노릇을 한 이봉상회화연구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그림을 그렸습니다.

 

함께 한 이가 김종학과 이만익, 김서봉, 윤명로, 김봉태, 방혜자, 김재임이다. 이어령, 유종호, 박희진 등 문인과도 어울렸고 많은 이들의 평론집이나 시집 표지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1956년 그는 전람회 미술을 거부하며 ‘반(反) 국전’의 기치를 걸고 동방문화회관에서 4인 전을 열었습니다.

 

이경성, 김영주, 김중업, 최순우, 정규 등과 함께 ‘한국미술평론가협회’를 발족해 국전을 식민잔재로 규정하고 사실주의 미학을 거부하며 새로운 미술 운동을 내세웠습니다. 반국전 운동은 큰 사건이 됐고 그는 1960년대 한국 미술계의 중심에 서게 됐습니다.

 

1962년 이후 홍익대 미술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면서 1986~1990년 미술대학장을 지냈습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1960년대 후반 화면에 물감을 바르고 연필로 수없이 선을 그은 대표작 ‘묘법’을 선보이며 독창적인 예술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갔습니다. 다섯 살 난 둘째 아들이 비뚤비뚤 글씨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고 ‘체념의 몸짓을 흉내 내려 한 작품’이 바로 첫 묘법이었습니다.

 

친구 이우환의 주선으로 1973년 도쿄 무라마쓰 화랑에서 첫 묘법을 선보였습니다.

 

연필로 수백, 수천 번 긋기를 반복하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무늬를 만들어내고, 그 무늬는 수행의 결과물이 됩니다.

수행의 예술은, 치유와 위로의 힘을 가져다줍니다.

 

박서보의 ‘묘법’을 위시한 단색화는 50여 년간 이어진 뚝심 있는 작업이었으나, 10여 년 전부터야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0여 년의 여정을 아우르는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정창섭 등이 참여한 ‘한국의 단색화’ 전이 열렸습니다.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김환기와 함께 단색화는 세계로 뻗어갔습니다. 2015년 제56회 베니스비엔날레의 병렬전시로 팔라초 콘타리니 폴리냑에서 연 ‘단색화’ 전은 세계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린 사건이 됐습니다.

 

이후 단색화는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우뚝 섰습니다.

 

 

세계의 작가가 된 박서보는 영국을 대표하는 화랑 화이트큐브의 전속 작가가 되어 2016년 런던에서 첫 개인전을 연 데 이어 전 세계에서 전시를 열었습니다. 올해 5월에는 페로탕 뉴욕에서도 대형 전시를 열었습니다.

 

1975년 작 ‘묘법 No. 37-75-76′이 지난 10월 5일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60만 달러(약 35억 원)에 팔릴 만큼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가 됐습니다.

 

 

4. 박서보 화백의 최고의 걸작 - 연필 묘법

최초의 연필 묘법 작품인 ‘Ecriture No. 6-67′(1967). 박서보는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된 작품"이라고 꼽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이자 단색화 초기를 상징하는 ‘연필 묘법’ 연작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왔습니다. “노자, 장자를 읽고 또 읽었어요. 나는 서양 이론에 의한 화가였지, 기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요. 옛 선비들이 할 일 없어서 사군자를 친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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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으로 피폐해진 자아를 다스리기 위해 글씨를 쓰고 난을 친 겁니다.

 

반복적인 일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맑게 걸러져요. 그런 세계관으로 나를 비워내야 한다는 것까지는 다가갔는데, 어떻게 표현할지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었어요.”​ ​생전 일기장 50여 권을 남겼습니다.

 

 

 

5. 박서보 화백의 일기장(50권)

 

1972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쓴 일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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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기지재단에서 박서보 화백이 자신의 작품 앞에서 그는 “평생 치열하게 살아온 나의 흔적이 담긴 보물”이라고 꼽았습니다. 본지 인터뷰에서 그는 “사람의 기억이란 왜곡되기 쉽고, 나이 들어가면서 기억력에만 의존할 수 없어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그날 겪은 사실의 기록일 뿐이어서 건조하지만, ​한국 현대미술사의 한복판을 지나온 사람의 기록이니 의미가 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6. 박서보 미술관

박서보의 이름을 딴 첫 번째 미술관은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올 상반기 착공했습니다. 그는 만년까지도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젊은 세대와도 활발히 소통하는 ‘영원한 청년 작가’였습니다.

 

 

2021년: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박 화백의 작품을 이용한 핸드백 출시

 

2019년: 제64회 대한민국예술원상 미술부문을 수상

2020년: 제40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공헌예술가상 수상

2021년: 금관문화훈장 수상

 

고인의 유족으로는 화가인 부인 윤명숙 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습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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